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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에게 언니는 볼 때마다 느끼는 데 참 훌륭하게 자랐어. 내가 존경했고 존경하는 언니가 블로그에 이런 형식으로 편지를 주욱 썼길래 나도 한번 따라해봐. 언니가 훌륭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점은 내가 가질 수 없는 기질을 타고났다는 것인데. 지금보다 어릴 때는 그게 부럽지 않았거든. 우리는 다른 사람이고 부러워하더라도 내가 가질 수 없는 게 맞으니까 불편한 감정 갖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같이 더 시간을 보내보니까 이 감정은 부러움이 맞아. 어린 마음에 부러움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몰라. 편견없이 다가가려고하고 실제로 편견이 없고. 적당한 공격성이 뭔지 알아서 감정 때문에 목소리가 흔들거려도 그 내용은 몹시 이성적이었다는 거. 알 바야?하고 넘기기를 잘 한다는 거. 좋아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거. 그런데.. 더보기
옆집 아저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가래부터 뱉는다. 내가 사는 집이 방음이 잘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늦게까지 깨어있거나 일찍 일어나서 새벽 5~6시 사이에 생활하고 있으면, 낮에 뱉어도 진득할 것 같은데 자느라 더 걸쭉해진 가래 뱉는 소리가 내내 난다, 그 아저씨 출근하기 전까지... 늘 도중에 듣기 싫어서 헤드셋 끼고 노이즈 캔슬링으로 도피했는데 오늘은 글쓰는데 집중하느라고 적막 속에 있었다. 그래서 더 잘 들렸는데, 5시 50분쯤에 나가셨고 나가시기 전까지 한 11번 정도는 뱉으셨다. 우리 퇴근하고 집 들어오는 길에 절대 마주치지 맙시다. 만나면 진짜 씨게 째려볼 것 같으니까. 더보기
나는 머리 말릴 때 한발로 말린다. 하루 중 서있어야 하는 시간의 거의 100%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있다. 그리고 별다른 운동도 안한다. 그래서 다리가 퇴화할까봐 머리 말리는 8분~12분만이라도 최대한 한 발로 지지한 채로 서있으려 노력한다. 시간이나 방법은 모르겠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확신의 심리적 위안이 있다. 그러다 정말 균형을 못 잡을 것 같을 때는 머리 말리는 것을 멈추고 균형 잡는 것을 먼저 보정한 후에 머리 말리기를 재개한다. 균형을 잡으려 머리에서 때어낸 드라이기에서 나오는 뜨슨 바람이 허공이나 벽면의 물기를 말리는 동안 나는 내 공중의 다리와 전투를 한다. 드라이기 소리는 굉장히 위협적이라서(원빈의 아저씨를 본 사람이라면 그 공포를 잘 알 것이다..) 10초 정도만 지속되어도 내 두피가 다 뜨거운 느낌이 든다.. 더보기
연애가 좋다 어떤 이유로 집에서는 사랑을 많이 못 받았다고 착각하던 시기가 굉장히 길었다. 그 기간 동안에 몇 애인을 사귀었다. 사랑을 밖에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부모보다 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구나를 몇 만나보고 깨닫게 된다. 어떤 이는 너무 감정적이라서 나에게 사랑보다 집착으로 다가와 내가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떼어내기도 힘들었다. 어떤 이는 그 당시 내가 너무 좋아했지만, 방식을 몰라 실패했다. 그럼에도 시도해봤던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은 도움 받아서 하는 거 아니라는 걸 확실히 배웠다. 어떤 이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일상같았다고 해야할까? 편안했다고 해야할까? 어떤 것보다 대화에 재미가 없어서 헤어졌다. 여러 연애를 하면서 배운 것을 조금 써보자면... 아 나의 .. 더보기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난 저질체력이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산책을 가면서도 헥헥 거려서 운동 좀 해야겠다 소리 듣기 일쑤고, 출근-퇴근하고 집에 오면 정말 지쳐 쓰러져서 30분에서 1시간은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핸드폰도 안 보고) 체력을 충전해야만 생활이 가능할 정도다. 이건 운동없이 그동안 너무 가혹하게 살아와서 후유증..까지는 아니고 몸이 좀 망가져서 그런 것도 있는 듯하다. 학교 다닐 때는 2학년부터 4학년까지 내내 욕심 때문에 야작하느라고 학기 중에는 거의 제대로 잔 적이 없다. 또 몸을 가만히 냅두질 못하고 능력을 쌓고 싶은 마음에 프로젝트 이것 저것 참여를 많이 해서 내 시간도 없고 과제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무조건 밤을 새야만 했다...ㅋ 그렇게 생활하면서 운동은 안 했으니 이제 몸이 망가져서 좀 지키라고.. 더보기
나는 나를 사랑해♥ 나는 나를 사랑한다, 되게. 그래서 내가 잘 됐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재미있었으면 좋겠어. 네가 자란 환경이 어땠든 그건 너의 의지는 아니었으니, 앞으로 너의 인생에서 스스로를 스트레스에 빠트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나를 사랑하는 방식을 나를 몰아넣고 가혹한 환경에서 버티게 하는 것 말고, 좋아하는 환경에서 맘껏 상상과 작업을 펼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 더보기
나는 초식동물이다 나는 인간이지만 본성은 초식동물과 같다. 어쩌면.. 초식동물이 아니라 식물일 수도 있겠다. 바람과 땅과 햇빛에 영향을 무한히 받고, 걸어다니는 식물. 어찌되었건 본성이 순하기 때문에 갑자기 독해지고, 사자의 탈을 쓰고 사자 흉내를 내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 행위다. 나는 식물의 형태로 내 삶을 살아가고 그려야 한다. 그래야 잎이 더 쭉 뻗고, 햇빛을 쟁취하려 길이를 늘리고 한 발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잘 맞는 환경만 찾으면 알아서 쑥쑥 클 수 있는 단단한 뿌리를 가진 식물말이다. 명심할 것. 나는 나대로 산다. 나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다고 문제되는 거 없다. 나는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고 욕도 하고 회의감도 들겠지만, 그런 것들이 나를 찾는 여정일 것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