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선 조별과제
사회에서 내가 겪었던 일도 팀단위 작업인데다가 돈 받고 하는 대학 조별과제와 큰 차이 없던 고도의 조별과제...
돈 받고 하는 일이라고 내 팀원이 다 일을 잘했던 건 아니다.
몇 번을 알려줘도 알아듣지 못하고
말해도 못 알아듣고
알려주는 사수 없고
사수뿐만 아니라 상사가 없고(큰 문제였던 회사...)
신입에게(본인) 모든 일을 일임하는 비상식적인 업무 분담의 지옥에서 나온지 이제 갓 한달 됐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일년이나 시간을 허비한 게 되는 거니까.
여기서 자위를 좀 하자면 난 그런 야생지에서 살아남고 싶었다.
인스타툰, 블로그, 유튜브 여기 저기서 보이는 스타트업에서 살아남기 뭐 그런거였다..
그리고 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팀원의 실력이 구려서 화가나지만 구리다고 말할 수도 없고
제발 좀 더 좋은 레퍼런스를 보는 눈을 갖기를 그렇게 바랐는데 그럴 수 없었다.
나 조차도 좋은 레퍼런스라는 단어에만 꽂히고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업무량 자체가 많아서 그는 내눈에 필요해보이는 어떤 역략도 기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너무 답답했다.
진짜 답답함이 하늘을 찔러서 소화장애가 오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이런 저런 염증이 생겼다.
9x년생 사초생 1년차에 그런 일을 겪은 게 너무 화가 났다.
답답한 상황에서 대표에게 바른 소리, 팀의 문제들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
입사하고 막 얼마 안 지났을 때는 말하면 바뀔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대표에겐 시키면 시킨 대로 하는 노예가 필요했지 바른 소리 하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난 그곳에서 정말 노예처럼 일했다.
시키지 않은 것에도 걱정하고 어떻게 하면 방향을 잃지 않을까...
계속 트렌드를 찾아보고 레퍼런스 정리하고 공유했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다.
여기서 보다는 단순히 한번 체크하는 게 아니라 그 방향에 대해 토의하고 평가하는 그런 행위를 포함한 것이다.
내가 틀렸다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는데 그곳에서 내가 되게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회사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도 내 일이 아니라 회사의 일로 치부했다.
치부했다는 건 현실을 직시했다는 것이다.
내가 굳이 고통받고 고심할 이유 없는 일에서 관심을 뗀 거다.
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지.
같이 성장?
직원들을 제대로 부릴 줄 모르는 대표의 그 일에.. 미래가 없어 보여서 퇴사할 땐 헛웃음이 나왔다.
나와 같은 노예가 어떻게든 또 생기겠지.
생겨야 돌아가니까.
그런 상황만을 겪으니까 세상이 너무 회색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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