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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엄마에게 나는 늘 오답이었다

나에게는 언니가 하나 있다

내 성향 때문인지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우리는 소통도 잘 못(안)하고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다.

 

나는 늘 장난을 치고 싶은데 언니는 공부하느라 바빴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언니가 학원이나 학교 끝나고 오면 놀려고 기다리기도 했었는데 언니는 잘 놀아주지 않았다.

언니의 스트레스도 심했으리라 생각된다.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난 알게 모르게 어릴 때부터 싸가지가 없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 중 하나는 내가 잘 보이고 싶은 외부인에게는 한없이 예의 발랐으나 나를 키워주고 챙겨주는 가까운 가족에게는 늘 그렇게 짜증이 많았다.

그리고 초등학생때까지만해도 엄마가 부끄럽다고 생각했었다.

글쎄.. 왜 일까..

지금에서야 엄마를 보면 마냥 귀엽고 여전히 생기 넘치는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엄마가 부끄러웠다.

그래서인가 엄마 말을 잘 듣지 않은 게.

 

뭐 이것도 내가 그런 일이 있던 당시에 쓴 글이 아니라 지금에 와서야 그랬던 것 같다고 회상하는 것뿐이지만 행동에는 틀림이 없고 그 이유만 지금 덧분인 거니까 거의 맞을 것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딱히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

 

어쨌든 내게 똑 부러지는 언니 하나가 있다.

부모님은 나와 언니를 비교하지 않으셨겠지만, 언니를 보고 나를 보니 내가 걱정됐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부터 성격이 급하고 분해는 좋아하는데 조립은 못해서 우리 집에서 이름난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그런 내 성향도 있겠지만, 환경 또한 어떻게든 대비가 되었기 때문에...

엄마에게는 내가 늘 오답이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아닌 엄마가 원하는 '나'로 살면서 칭찬받고 싶었다.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나에게 생긴 심각한 일도 쉬쉬하고 덮어 정신병을 키우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들을 사귀었나 보다. 모든 성별에 있어서.

 

그 친구가 양아치였던 것도 아니고(양아치였던 적이 한번 있었지만 이내 나도 그 사람은 손절했다) 성격이 모나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던 것도 아니고 그렇게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

 

엄마의 취향과 생각을 알 수 없으니까 중간값으로 살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렇게 살다가 집 나와 시간적으로 내 자유가 온전해졌을 때 돌이켜 보니..

나에게도 엄마가 오답이 되어버렸다.

내가 어떻게 해도 엄마에게는 오답이었을 텐데, 내가 나를 더 믿고 나를 표현했으면 내가 원치 않는 이상향으로 나를 보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뭘 말해도 엄마한테는 듣기 싫은 말일 것 같아서 엄마와의 대화를 몹시 피했다.

그리고 부모님 모두 나는 안 좋아하고 언니만 좋아한다는 프레임을 씌운 채로 대화하고 행동했다.

그렇지도 않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사니.. 사는 게 지옥이었다.

 

그런데도 무서운 건 내가 이렇게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말했을 때 엄마가 나를 어떻게 봐줄까 하는 것이다.

 

아이의 자존감을 기르는 방법 중 하나가 아이에게 모든 것을 직접 해주거나 나무라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직접 해볼 수 있게 하고 장점을 살려서 성공 경험을 늘릴 수 있게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져서 자존감이 자연스레 올라가게 된다고 했던 것 같다.

 

난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고 잘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고.

나는 언니도 좋고 아빠도 엄마도 다 좋다.

내 장점을 찾아봐주고 내가 실패해도 알아서 할 수 있게 해볼 수 있게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 그거 위험하니까 하지 마라 적당히 하고 그만둬라 말하지 말고 왜 하고 싶은지 뭐 만들고 싶은지 이런 걸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왜냐면 지금의 나는 여전히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말을 듣고 계속 땅굴을 파니까 땅굴 파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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